금융 시장으로의 첫 걸음

마지막 업데이트: 2022년 7월 9일 | 0개 댓글
  •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출처=대신증권]

DBR 351호 표지

19세기 중반 카를 마르크스가 ‘지금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유럽 대륙을 떠돌아다니고 있다’고 선언한지 150여 년이 지난 현재 대공황 이래 최대 참사로 보이는 월가발 금융위기가 세계를 유령처럼 떠돌며 곳곳에서 치명적인 파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거액의 구제금융안 통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금융시장은 연쇄적으로 패닉 상태에 빠졌고, 실물경제로의 위기 전염이 우려되고 있다. 한국도 주가 폭락과 환율 급등, 경기 침체 등이 겹쳐 IMF 구제금융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자 철학자 자크 데리다가 ‘마르크스의 유령들’에서 암시했듯이 국내외 반(反)시장주의적 진보 진영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전면적 재고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연 시장경제는 자기파괴적 본질 때문에 실패하고 말 것인가. 필자는 지금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시장경제 자체의 본질적 모순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장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서 발생한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시장을 중앙집권적 통제로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장애 요인들을 제거하고 감독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금융시장 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조직이론의 거장인 예일대 찰스 페로 교수는 그의 역작 ‘당연한 참사(Normal Accidents)’에서 인도 보팔 화학공장 사고, 옛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사고 등 대참사들의 공통적 원인으로 복잡성과 효율성의 결합을 강조했다. 페로 교수는 많은 구성 요소가 서로 연결된 복잡한 시스템을 공학적 사고방식으로 군더더기 없이 효율적으로 설계하려고 시도할 경우 구성 요소들 사이에 설계자도 예측하지 못한 충돌이 일어나 시스템 일부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특정 부분의 사고는 완충지대(buffer)가 없기 때문에 걷잡을 수 없이 전체 시스템으로 확산돼 참사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런 ‘당연한 참사’의 원리는 ‘복잡성’과 ‘효율성’이 동시에 공존하는 조직구조나 제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현 글로벌 금융위기는 ‘효율적 복잡성’이 만들어낸 ‘당연한 참사’의 전형적인 예다. 미국의 부동산(주로 서민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 어떻게 리먼브러더스 같은 거대 투자은행을 붕괴시키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는지 그 복잡한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간단히 정리해 봐도 먼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은 서민들, 담보권리를 기반으로 여러 저당 채권을 분산 혼합해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을 파는 업체, 이를 사들여 또 다른 채권과 함께 혼합해 부채담보부증권(CDO)을 파는 회사, 이를 또다시 묶어 펀드를 만들어 파는 회사, 이를 사들이는 소비자 등 수 많은 경제 행위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 결과 실제 판매되는 펀드나 채권상품과 같은 금융상품의 가치 및 리스크는 심지어 이를 직접 설계한 사람조차 정확하게 평가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해졌다. 그런데 금융 전문가들은 금융공학(financial engineering)을 통해 이 과정을 최대한 공학적이면서 효율적으로 설계하려고 노력했다. 소액의 부동산 담보가 몇 배나 되는 금융상품으로 레버리지되도록 고도로 복잡한 기법을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느 한 단계에서 펑크가 나면 전체가 붕괴될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위험을 내재적으로 갖고 있는 구조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기대치 않게 이 복잡한 연쇄 레버리지 사슬 맨 앞에서 담보로 잡은 부동산의 가격이 폭락하면서 부동산 담보를 기반으로 복잡하게 만들어진 수 많은 파생 금융상품이 연쇄적으로 부실화됐다. 따라서 이 연쇄적 사슬과 관련한 모든 금융기관이 동시에 부실해진 것이다. 여기에 급속한 세계화와 경계 파괴로 서로 복잡하게 뒤엉킨 전 세계 금융 부문과 여기에 연결된 각국 실물경제까지 휘청거리게 된 것이 현 위기의 전개 과정이다. 그 결과 이제 일반 소비자들이 금융회사를 신뢰하지 못하게 돼 소비경기가 위축됐고,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금융회사들은 기업 어음 등 신뢰에 기초한 금융거래를 꺼리면서 실물경제마저 위축시킴으로써 연쇄 도산과 전 세계적 공황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즉 이번 위기는 과도한 복잡성과 공학적 효율성이 결합해 발생한 ‘당연한 참사’의 전형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 금융 당국들은 어떻게 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대응해야 할까. 구체적인 정책이나 제도적 장치는 각국 정책 담당자들의 역할이므로 필자는 이 글에서 당면한 위기극복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네 가지 핵심 원칙을 금융제도의 기반이 되는 정치경제이념, 제도와 시스템, 기업조직, 위기관리 전략 측면에서 각각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이번 사태는 최소한 레이건-대처 시대 이래 세계를 주도해온 극우파 이념인 신자유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를 요구한다. 일반적인 우파 시장주의자와 달리 극우파인 신자유주의는 완전시장 논리에 대한 종교적 신념을 기반으로 시장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어떤 종류의 개입이나 규제도 반대하며, 거의 자유방임형 무한경쟁을 권장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월가 투자은행과 파생상품에 관한 최소한의 감독기능마저 시장에 대한 간섭으로 간주하고 포기함으로써 극단적인 도덕적 해이를 유발시켰다.

제도경제학의 대가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더글러스 노스 교수는 제도가 스포츠 게임의 룰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았으며 기업과 같은 경제 행위자들은 그 게임의 플레이어라고 비유했다. 따라서 각 플레이어가 룰을 지키면서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듯이 경제 행위자들도 경제제도 틀 안에서 이익극대화를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게 된다. 그런데 모든 게임에는 금융 시장으로의 첫 걸음 룰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 심판이 있다. 바로 정부와 금융감독 당국이 심판 역할을 해야 한다.

즉 정부와 금융당국은 시장에 개입하고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심판처럼 기업들이 룰을 잘 지키는지 감독해 시장이 잘 작동하도록 지원하는 수호자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자들은 이마저도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간섭으로 보고 심판의 의무를 게을리했다. 이 틈을 타 월가 금융기관들은 누구도 실체를 이해하기 힘든 극단적으로 복잡한 금융제도의 뒤에 숨어서 빚과 부실채권마저 상품으로 몇 배 부풀려 파는 도덕적 해이를 감행한 것이다.

즉 극단적 시장주의인 신자유주의는 시장에 대한 감독을 개입과 간섭으로 간주하고 이에 반대하다가 역설적으로 시장 실패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된 것이다. 따라서 위기 극복의 가장 중요한 첫걸음은 극단적 신자유주의에 대한 맹목적 추종에서 탈피해 순수한 의미에서의 시장이 기능하도록 만들어 주는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금융 당국이 월가의 고도로 발전된 금융공학 기법들로 설계된 극도로 복잡한 파생 금융상품의 가치와 리스크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이번 위기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실물경제 가치와 파생상품 가치 간에 극단적인 괴리 현상이 나타났고, 결국 금융 부문과 시장에 대한 신뢰가 붕괴된 것이다. 따라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실물경제 가치와 금융상품 가치의 괴리를 최대한 해소함으로써 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파생 금융상품들은 금융공학 기법으로 극도로 복잡한 과정을 거쳐 분할·통합·희석돼 그 정확한 실물경제적 가치와 이에 포함된 리스크를 파악하기 매우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파생상품의 도덕적 해이와 실물경제 가치와의 괴리 현상에 대해 감독 금융 시장으로의 첫 걸음 기관이 개입해야 한다는 반복적 요구를 묵살한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 이번 금융위기의 원인 제공자 중 한 명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심판 금융 시장으로의 첫 걸음 없이 정직하게 게임을 해보라고 방치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미국 등에서 시도되고 있는 부실 담보나 부동산, 부실 채권을 정부 구제금융으로 사들이는 정책은 당장 위기 극복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근본적인 위기 원인을 제거할 수 없다. 세계 각국은 무엇보다 금융시장에 대한 감독 기능 강화에 주력해 시장이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위기의 해결책은 시장 규제를 강화해서 자유시장 원리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시장이 원래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이런 시장왜곡 행동에 대한 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 제도 아래에서 이런 심판 역할은 금융감독원이 주축이 돼야 한다. 이 기회에 우리나라의 시장 감독 시스템을 금융 시장으로의 첫 걸음 철저하게 점검하고 감독 역량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시장 감독의 역할을 시장 간섭이나 개입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감독의 역할은 직접 시장의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간섭이나 정부정책의 대변인으로서의 압력이 아니다. 시장의 과도한 복잡성을 해소하고 투명성을 높여 시민과 투자자들이 실물경제 가치와 금융상품 가치 간 괴리 정도를 명확히 이해하고 투자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시장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금융시장 규제를 완화하는 것과 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양자택일 사항이 아니라 시장의 정상적 작동을 위해 반드시 동시에 시행해야 할 정책이다.

실물경제의 가치와 금융상품 가치 간 괴리가 커지면서 월가 투자은행들은 새로운 경제적 가치 창출에 투자하는 역할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지 않거나 과대평가된 가치를 복잡하게 재포장해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투기은행(speculation bank)으로 전락했다. 즉 월가 투자은행들은 그 이름과 달리 새로운 경제적 가치 창조에 투자하기보다 금융공학 기법을 활용해 금융상품 가치에 대한 시장의 정보 기능을 왜곡함으로써 다른 투자자들이 소유한 가치를 낚아채는 데(value capturing) 주력해 온 것이다.

그러나 이런 투기적 투자는 새로운 경쟁우위의 끊임없는 창조와 혁신을 필요로 하는 21세기 글로벌 초경쟁 환경의 원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구시대적 관행이다. 따라서 현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금융회사들이 20세기를 풍미한 이런 ‘가치 점유’ 패러다임에 안주하면서 21세기 초경쟁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이 어떤 새로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든지 그 근간은 반드시 실물 부문의 새로운 경제적 가치 창조와 혁신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잡아야 한다. 물론 앞으로 독립적 투자은행 업태는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21세기 초경쟁 환경에서도 투자은행은 여전히 금융지주회사 체제 속에서 오히려 더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월가의 위기에 놀라 그 동안 준비한 투자은행업 진출 시도를 접을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역할 모델을 개발해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해 나가려는 창조적 혁신을 시도해야 한다. 결국 금융 부문 위기는 궁극적으로 실리콘밸리와 같은 실물경제 부문의 창조와 혁신으로 극복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투기은행으로부터 진정한 투자은행으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 자체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창조적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때 다시 한 금융 시장으로의 첫 걸음 번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 바로 시장의 가장 중요한 장점 중 하나인 혁신성이다. 시장은 그 대안인 계획경제에 비해 창조적 파괴와 혁신 역량에서 압도적 우위를 가진다. 비록 복잡성과 감독 기능 부재로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긴 했지만 월가 스타일의 금융시스템은 그 기법의 기발함만 놓고 보면 그야말로 혁신적인 금융 기법과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다. 바로 이런 시장의 혁신성을 진정한 투자은행 역할이라는 새로운 방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에서도 반드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자칫 당장 시장실패에 대한 반작용으로 금융 시장으로의 첫 걸음 금융 시장으로의 첫 걸음 섣부른 시장규제 정책을 시도하다가 시장의 혁신성을 죽이는 어리석음은 결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가 있으며, 이미 10년 전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경험이 있으므로 이번에도 다른 나라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위기를 극복할 것이란 낙관론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증거는 현재 전 세계 경제가 금융 시장으로의 첫 걸음 공멸할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위기이며, 우리나라 또한 여기서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특히 성공적인 외환위기 극복 경험에 기초한 자신감은 매우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외환위기 극복은 단지 반쪽 성공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 우리나라는 당장 코앞에 닥친 불을 끄는 데만 몰두해 단기 생존에는 성공했지만 21세기형 경제금융시스템으로의 근본적인 체질 변화는 아예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 결과 유사한 위기가 지금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당면 위기의 극복과 함께 경제금융 제도의 체질을 21세기형으로 근본적으로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을 동시에 이뤄내는 양수겸장형 위기극복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이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정도의 절체절명적 위기라는 인식을 국민 모두가 명확히 공유하도록 해야 하며, 이것은 바로 리더의 몫이다. 그런데 정부 일각에서는 최근까지 위기 가능성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하며 극구 위기가 아니라고 강변하기까지 한다. 전 세계가 위기라고 하는데 위기가 아니라고 부인하는 것은 적이 나타나면 머리만 모래 속에 파묻고 적을 못 본 척하는 타조와 같다. 전 세계 모든 국가를 생존의 위기에 빠뜨린 이 위기에 대통령과 정부가 절묘한 양수겸장형 위기극복 리더십으로 정면 대응해 우리나라를 또 다른 부흥기로 이끌어주기를 기대해 본다.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조직이론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직이론 분야의 세계 최고 학술지인 를 비롯한 다수 저널에 논문을 실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대표도 맡고 있다.

금융 시장으로의 첫 걸음

'60년 사진전, 헌혈, 문화강연' 등 창립행사. 60년 발자취 회고
금융과 부동산 아우르는 밸류체인 구축. 새로운 고객가치 제공
60주년 맞아 대신금융그룹 명동 사옥명, 'Daishin 343'으로 변경

[출처=대신증권]

[출처=대신증권]

올해 60번째 생일을 맞는 대신증권이 '100년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꾼다. 대신증권은 20일 창립 60주년을 맞아 '60년 사진전, 헌혈, 문화강연' 등 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고 15일 밝혔다. 행사를 통해 회사가 걸어온 60년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을 예정이다.

대신증권의 창립 60주년은 부침이 유독 심했던 한국자본시장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탄탄한 리스크관리 시스템과 인적 노하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1962년 삼락증권으로 출발했다. 1975년 故 양재봉 창업자가 인수해 대신증권으로 사명을 바꾼 후, 한국자본시장을 대표하는 플레이어로서 성장해 오고 있다. 60년 동안 외환위기(IMF), 글로벌 금융위기 등 자본시장의 온갖 부침을 슬기롭게 극복해 왔다.

경제사변이라 불릴만한 1997년 IMF사태도 꿋꿋하게 견뎌냈다. 당시 5대 증권사였던 대신, 대우, 동서, 쌍용, LG 중 현재 회사가 없어지거나 경영권이 바뀌지 않은 곳은 대신증권이 유일하다. 100년 넘는 전통을 가진 국내 은행들도 IMF를 겪으며 파산과 피합병의 진통을 겪었다.

국내 금융투자회사보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글로벌IB들도 파산하거나 경영권이 바뀌는 일이 숱하게 벌어졌다. 메릴린치, 리먼브러더스, 베어스턴스 등 유수의 글로벌투자은행(IB)도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 파산하거나 경영권을 잃었다. 이렇듯 금융기관의 역사는 곧 위기극복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립계 금융투자회사로서 대신증권의 60년이 큰 의미를 갖는 이유다.

IB, HTS로 시장 선도…명가로 우뚝

대신증권은 한국자본시장을 선도하며 성장했다. IB명가로서 이름을 떨쳤고, 주식중개시장에서 선두주자로 달려왔다. 증권업의 핵심 경쟁력인 인재와 시스템 측면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유했기 때문이었다.

1991년 업계최초로 인수합병(M&A) 주선업무 겸영인가를 얻어냈고, 90년대 수많은 인수 주선 딜을 성공시키며 ‘인수 대신’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기업을 공개하려면 대신증권으로 가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업공개(IPO)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IT부문의 활약은 더 대단했다. IT 불모지였던 증권업계에 전산화 바람을 일으켰다. 1976년 전산터미널을 도입하고, 1979년엔 객장에 전광시세판을 설치했다. 분필로 흑판에 시세를 금융 시장으로의 첫 걸음 적던 시절이었다. 모두 업계 최초 전산화 시도였다. 국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시작인 ‘사이보스’ 시리즈를 히트시키며, 누적사이버거래액 1,000조원을 최초로 돌파하는 등 온라인 증권거래 시장을 이끌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 대신증권의 업계 지위에 변화가 생겼다. 우수한 IB인력들이 빠져나갔고, 저가수수료로 무장한 증권사가 등장하면서 주식중개 부문의 경쟁력이 약화됐다. 증권업의 트렌드도 변하기 시작했다. 중개업의 시대가 저물고 투자의 시대가 온 것이다. 자본의 크기가 증권사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며 금융지주, 대기업계열의 금융투자회사는 앞다퉈 자기자본 확충에 나섰다.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비즈니스 영역이 결정됐고, 자본크기가 신규비즈니스에 대한 진입장벽이 됐다. 증권을 모태로 성장한 독립계 증권사였던 대신증권은 규모의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대형화 바람 속 '차별화' 길 걸어

자본을 바탕으로 한 대형화 바람 속에 대신증권이 선택한 길은 차별화였다. 제한된 자기자본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 증권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금융기관을 인수하고, 새롭게 인가를 받아 신규비즈니스에 진출했다.

출발은 저축은행 인수였다. 2011년 8월 중앙부산, 부산2, 도민저축은행의 자산을 자산·부채 인수(P&A) 방식으로 인수했다. 대신저축은행은 출범 10년 만에 총자산 기준 15위권 회사로 성장했다. 2014년에는 우리에프앤아이를 인수해 대신에프앤아이를 출범시켰다. 주력사업인 부실채권(NPL) 비즈니스는 물론 부동산 등 대체투자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계열사를 통해 국내 최고급아파트 ‘나인원한남’ 개발사업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2019년에는 대신자산신탁을 설립해 부동산 신탁업을 시작했다. 자산관리회사(AMC)인가를 받고 리츠 시장을 본격 공략하며 전문성을 강화하는 등 경쟁력을 높였다. 글로벌투자 확대를 위해 미국 뉴욕, 싱가포르, 일본 동경에 현지법인도 설립했다.

대신증권은 이 같은 사업다각화를 통해 금융과 부동산을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고객 자산관리에 대한 고민이 기반이 됐다. 부동산을 활용하지 않고는 고객들의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신증권은 기존 증권, 자산운용, 저축은행 등 금융 부문과 에프앤아이, 자산신탁 등 부동산 부문의 전문성을 결합해 새로운 고객가치를 만들어 냈다. 대신금융그룹은 증권과 자산신탁 등 그룹의 시너지를 활용해 하반기 글로벌리츠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대신증권은 사업다각화를 통한 차별화로 지난 60년 중 최근 10년 동안 가장 드라마틱하게 변했다. 과거 ‘주식과 채권만 하는 회사’였다면, ‘주식과 채권도 하는 회사’로 탈바꿈했다. 본격적으로 금융그룹으로서 성장가도를 걷기 시작했다. 최근 10년간 대신증권이 보유한 100% 자회사는 세 배가 늘었다. 이들과 함께 지난 해에는 연결기준 영업이익 8,855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 실적이다. 금융그룹으로서의 성장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안팎의 평가가 나온다.

명동시대 재개막…사옥명 'Daishin 343'

대신증권은 1976년 현 명동예술극장(구 국립극장)을 첫 사옥으로 가졌다. 당시 명동은 금융의 중심지로 대신증권 명동사옥의 전광시세판은 늘 문전성시를 이뤘다. 1980년대 정부 자본시장 활성화 방침으로 여의도로 새로운 사옥을 지어 이전했고, 지난 2016년 말 32년 만에 명동으로 돌아왔다. 총 7개의 계열사가 한지붕 아래 모였다. 1985년 여의도로 이전할 당시, 대신증권은 총자산 1239억원, 자기자본 299억원, 임직원 590명에 불과했다. 현재는 총자산 23조5050억원, 자기자본 2조6029억원, 그룹임직원 2000여명의 회사로 성장했다.

올해 60주년을 맞아 대신금융그룹은 명동 사옥명을 기존 '대신파이낸스센터'에서 'Daishin 343'으로 변경한다. 사옥 주소인 '중구 삼일대로 343'에서 착안했다. 주소는 세계 어디에서든 하나 뿐이라는 점에서 유일무이한 가치를 지닌다. 새로운 네이밍과 함께 대신금융그룹은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서 가장 유니크한(Unique)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듯이, 앞으로도 대신만이 갖고 있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찾아 나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투자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0 개 댓글

답장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