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설 통화스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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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을 앞둔 8일 오전 서울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관계자들이 시중은행에 공급될 설 자금을 방출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email protected]

원화 약세 만병통치약?…'한미 통화스와프' 부활이 부를 악수

지난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6.4원 내린 달러당 1272.7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 부활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 여파로 한미 금리 역전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원화 가치 약세가 이어지면서다.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상시 통화스와프 개설을 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까지 등장했지만, 실현 가능성 등을 따져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통화스와프는 특정한 날짜나 기간(만기)을 정해 기간 내에 미리 약속한 환율에 따라 서로 다른 통화를 교환하는 외환 거래를 뜻한다. 원래는 금융시장의 파생상품 중 하나였다. 이후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를 통해 자국 필요할 때 자국 통화를 상대방 중앙은행에 맡기고 그에 상응하는 외화를 빌려와 쓸 수 있게 됐다. '외화 마이너스 통장'인 셈이다.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가 등장한 건 2001년 9·11 테러 때다. 금융시장의 일시적인 유동성 경색을 막기 위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영국·캐나다·유럽중앙은행(ECB)과 9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었다. 기간은 30일로 짧았다.

세계금융위기(2007~2008년) 당시 Fed는 ECB·스위스·한국(300억 달러) 등 14개국 중앙은행과 양자 간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었다. 체결액만 5800억 달러에 달했다. 코로나19확산세가 거세던 2020년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9개국과 한시적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그해 3월 Fed가 한국은행과 맺은 통화스와프 한도는 600억 달러(약 77조원)였다.

외환 부족 사태가 발생했을 때 기본 안전판은 외환보유액이다. 적금처럼 꾸준히 쌓은 방파제인 셈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외환보유액은 4493억 달러(약 571조원)다. 달러 강세로 달러로 표시한 다른 통화 가치가 떨어지며 전달보다 85억1000만 달러(약 11조원) 줄었다.

통화스와프는 통화 당국 입장에는 보험 성격이 강하다. 외환이 부족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만큼, 외환보유액 감소를 막을 수 있다. 시장에 심리적 안정감도 준다. 2020년 3월 19일 달러당 1285.7원이던 원화값은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 후인 3월 20일 39.2원 상승(1246.5원)했다. 시장에서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email protected]

최근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한 이야기가 고개를 드는 것도 이 연장선에서다. 원화 값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 거래일보다 6.4원 하락한 달러당 1272.7원에 거래를 마쳤다(환율 상승). 지난달 28일(1272.5원) 기록한 연저점을 다시 깼다. 세계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졌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정부가 민생 안정이라는 최우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환·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한미 간 통화스와프 체결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입장에서 한미 통화스와프의 필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전문가들도 “체결만 되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현실화 가능성이다. 한국은 현재 캐나다와 스위스, 중국 등과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다. 기축통화국과 맺은 통화스와프는 없다. 반면 미국과 상설 통화스와프를 맺은 나라는 유럽연합(EU)·일본·영국·스위스·캐나다 5개국뿐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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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9일 상설 통화스왑 인사청문회에서 “미국과 상설 스와프를 맺은 국가는 세계의 금융허브”라며 “한국이 국제금융시장 허브가 안 될 경우 (한국이) 원한다고 (스와프 체결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세계금융위기나 코로나19 때처럼 일시적 통화스와프 체결도 여의치 않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의) 통화스와프는 전 세계가 달러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판단이 선행돼야 하는 데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다”며 “미국이 통화스와프를 체결한다면 경제·금융 논리가 아닌 달러의 무기화 등 정치적 결정을 반영한 결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달러 유동성이 메말라 세계 경제는 물론 자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때만 통화스와프 문을 열어왔다. 2020년 3월 통화스와프 체결도 신흥국이 달러 확보를 위해 미국 국채를 한 번에 내다 팔아 국채 가격이 급락(금리 상승)해 미국 금융시장으로 불안이 퍼지는 걸 막기 위한 목적이 컸다.

미국에 통화스와프 체결의 필요성을 설득할 논리도 마땅치 않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이 어느 정도 지나간 상황에서 최근 금융시장의 불안은 Fed의 통화 정책 정상화에 기인한 것인 만큼, 통화정책을 움직일 때마다 통화스와프를 체결해줘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 만큼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스와프가 원화 약세를 잡을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상설 통화스왑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1973년=100)는 올해 초 96.21에서 지난 6일 103.66까지 치솟았다. 달러인덱스로만 봐도 미국과 상시 통화스와프를 맺은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는 연초보다 평균 7.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원화가치의 하락 폭(6.7%)보다 크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email protected]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현재 원화 가치를 움직이는 건 경상수지와 미국의 긴축기조”라며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더라도 전 세계적인 강달러 기조 속에 원화가치 하락 추세를 막을 수 없는 만큼 통화스와프의 실효성은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신중한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 (한미 통화스와프를) 여러 대응책 중 하나로 검토는 하겠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전혀 없다”며 "되면 좋지만,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국 경제가 문제 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세계적인 달러화 경색으로 미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통화스와프 체결의) 판단 근거로 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통화스와프 카드를 좀 더 신중히 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Fed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김진일 고려대(경제학) 교수는 “상설 통화스왑 통화스와프는 자주 쓸 수 없는 카드인 만큼, 지금 그 카드를 뽑아야 할 때인지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며 “통화스와프를 맺었는데 환율 변동성 등이 이어져 시장 참여자 사이에 신뢰가 깨지면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경제학) 교수도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맺는 건 무조건 환영할 일이지만 추진 방식은 상설 통화스왑 신중하고 자연스러운 과정을 밟는 게 좋다”며 “통화 당국이 아닌 한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 통화스와프를 정상회담 의제로 놓는다는 건 한국 경제에 큰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불필요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설 한미 통화스와프 가능성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email protected]

한국이 미국과 600억달러 규모 통화스와프를 체결했으나 유럽이나 일본, 영국, 캐나다, 스위스와 같은 상설 통화스와프 체결국은 아니다.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려면 원화 국제화가 필요하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원화의 쓸모'를 평소에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3일 한국은행과 기재부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등 9개 국가(호주,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뉴질랜드, 브라질, 멕시코, 싱가포르)와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소위 '달러방주'에는 올라탔으나 정회원은 아니다.

정회원이라 부를 수 있는 상설 통화스와프 국가는 유럽과 일본, 영국, 캐나다, 스위스다. 유럽은 미국 다음가는 경제권으로 유로화가 세계경제와 금융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히 크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대영제국의 영광은 멀어졌지만 여전히 세계 GDP(국내총생산) 5위 국가이며 금융시장 중요성은 훨씬 크다. 런던은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금융허브로서 작동하고 있어 영국 파운드화는 매우 중요한 통화다. 스위스는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5개국가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지만 스위스프랑의 중요성도는 높다. 유로화 헤지통화로서 기능을 하고 있다.

일본 엔화는 세계 3위 경제력과 풍부한 해외자산을 바탕으로 극단적 위기상황을 제외하고는 달러를 넘어서는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다. 캐나다는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미국 인접국으로서 연방준비제도(Fed)에게는 중요한 통화다.

설 명절을 앞둔 8일 오전 서울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관계자들이 시중은행에 공급될 설 자금을 방출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설 명절을 앞둔 8일 오전 서울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관계자들이 시중은행에 공급될 설 자금을 방출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email protected]

반면 한국 원화는 대한민국과 동남아 일부국가에서 통용되는 화폐일 뿐 국제통화라고 상설 통화스왑 평가받기는 이르다. GDP 규모가 세계 12위이고 수출액 기준 세계 6위(2018년)지만 원화의 영향력은 미미하다. 미 연준이 상설 통화스와프 체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얘기다.

'통화스와프로 바꾼 원화를 어떻게 활용하나'에 대한 답을 주지 못하는 이상 미국과 통화스와프는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한시적 수단에 그칠 수밖에 없다. 미 연준이 한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것은 달러화가 부족해져 미 국채가 시장에 나오기 시작하면 미국도 곤란하기 때문이다. 거꾸로 말해서 앞으로도 위기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미국 국채를 보유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기축통화국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국가 경제수준에 걸맞는 원화 국제화가 필요한 이유다. 원화국제화가 실현되면 환전수수료 절감, 자금조달 비용 하락 등 효과가 발생한다. 코로나19나 글로벌 금융위기급 사태가 아니라면 원화를 통해 직접 해외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으며 금융산업 발전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24시간 거래 등 다양한 조건이 있을 수 있으나 명시된 것은 아니고 통화 영향력을 높여야 한미간에 상설 통화스와프 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원화가 해외에 풀리면 통제가 어려워지고 투기적 공격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동성에 대한 중앙은행 영향력이 떨어지면서 통화정책 효과가 약화될 우려도 있다.

“위기때마다 외화 썰물 한국, 한미 통화스와프로 막아야”[인사이드&인사이트]

강삼모 동국대 상설 통화스왑 경제학과 교수(한국국제금융학회장)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정상회담 개최와 함께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최근 상설 통화상설 통화스왑 스왑 한국뿐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 변동성이 유독 커졌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원자재 값이 급등하며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고, 치솟는 물가에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 공포가 퍼지며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특히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 육박할 정도로 오르며(원화 가치는 하락) 한미 통화스와프를 상설 통화스왑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환율은 무역을 버팀목으로 삼는 한국 경제에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 금융시장은 왜 이렇게 변동성이 큰 것일까. 한국 경제는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볼 때 세계 10위이며 1인당 GDP도 3만5000달러를 넘어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그럼에도 한국 금융시장은 외부 충격에 매우 민감하며 변동성이 크다. 한국 경제가 이와 같은 특성을 갖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한국 경제는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다. GDP 대비 무역액 비중이 시기에 따라 60%에서 110%를 상설 통화스왑 오간다. 이웃 국가 일본은 20%에서 30% 정도여서 한국보다 무역 의존도가 매우 낮다. 한국이 무역 의존도가 커진 이유는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을 1960년대부터 펴 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하자원과 자본재가 부족해 수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이를 수입해야만 했다. 따라서 수출을 늘릴수록 수출품 원료가 되는 자원, 자본재 수입도 늘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고, 결국 무역 의존도가 커진 것이다.

둘째, 한국은 금융 위기의 경험을 갖고 있는 국가다. 1997년 동아시아 금융 위기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한국은 큰 고통을 겪은 바 있다. 금융 위기의 경험을 갖고 있는 국가에서 글로벌 투자가들은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항상 예의주시하며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한국을 언제든지 금융 위기를 다시 겪을 수 있는 국가라고 보는 까닭이다.

셋째, 자본시장이 여타 국가에 비해 크게 개방돼 있다. 국제자본이 들어오거나 나갈 때 규제가 거의 없는 편이다. 국내외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한국 주식시장을 현금인출기처럼 이용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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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로 한국은 시장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을 잘 쌓아두려고 노력했다. 특히 1997년 동아시아 금융 위기 당시 한국은 외환보유액 고갈로 필수불가결한 의약품 등을 수입도 할 수 없는 긴급한 상황을 경험했다. 그 후 정부는 경상수지 흑자를 통한 외환보유액 확충만이 외환위기를 예방할 수 있다고 믿고, 수출을 늘리기 위해 더욱 매진해 왔다.

한국 외환보유액은 현재 4615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세계 8위다. 중국(3조2000억 달러)과 일본(1조4000억 달러)에 비해서는 작지만 그 나름으로 큰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이 수치가 외환위기를 방지하는 데 충분한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예전에 비해 큰 규모인 260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을 가지고 있었지만 외환시장의 불안은 막을 수 없었다. 현재 외환보유액은 2008년에 비해 크게 늘었지만 국제금융시장에서 움직이는 일별 외환의 규모도 매우 커졌기 때문에 충분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대두된다.

외환보유액을 무작정 늘리는 것도 비용 측면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외환보유액의 많은 부분이 상설 통화스왑 미국 국채인데, 미국 국채 금리는 매우 낮아서 다른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이 더 생기기 때문이다.

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외환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통화스와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은 통화스와프 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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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스와프란 한 국가의 요청에 따라 두 국가의 통화를 교환하고, 계약기간에는 이자를 교환하며, 만기 시점에는 처음 원금을 교환했을 때 적용했던 환율로 다시 원금을 교환하는 제도다. 쉽게 말하면 위기 때 원화를 미국에 맡기고 그만큼의 달러를 빌려오는 방식이다.

한국은 미국과 2008년 300억 달러, 2020년 600억 달러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금융 위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기를 넘겼으나 통화스와프 협약은 작년 말 종료됐다.

한국은 한미 통화스와프로 외환시장의 안정을 가져온 경험이 여러 번 있다. 당시 국내 외환시장이 극도로 불안해 어떠한 방법도 잘 통하지 않을 때 한미 통화스와프가 톡톡한 역할을 했다. 미국 달러화는 국제적으로 무역이나 투자에 사용되는 기축통화이지만 한국 원화는 그렇지 못하다. 그렇기에 한국 정부가 위급할 때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원화와 교환해 사용하면 금융 거래에 도움이 되고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미국의 금융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위기가 발생했지만 정작 더 큰 충격을 받은 것은 한국의 외환시장이었다. 2008년 초 900원 중반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같은 해 10월 29일 1427원까지 상승했다. 그러다 한미 통화스와프 300억 달러 체결 소식이 전해지자 하루 만에 177원 급락해 1250원으로 내려와 시장을 안정시켰다.

그 후 얼마간 외환시장이 출렁거리기도 했지만 중기적으로는 안정을 되찾았다. 한미 통화스와프로 추가 공급된 300억 달러 외환 자체보다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라는 상징성이 외환시장의 불안감을 줄이는 데 더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바이든 대통령 방한에서 한시적 통화스와프가 아닌 상설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한시적 통화스와프를 맺는 경우 협정 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외환시장에 불안감이 커지기 때문에 상설 통화스와프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상설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는 국가는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 일부에 불과하다.

따라서 한국이 미국에 예외적으로 상설 통화스와프를 맺게 해 달라고 요청하려면 정치적으로 큰 보상을 제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한국 외환시장이 다른 신흥 국가에 비해서 지나치게 불안한 건 아니어서 한시적 통화스와프 체결도 쉽지는 않다. 현재 상황에서는 먼저 한시적 통화스와프를 복원하려 노력하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상설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할 수 있도록 도모할 필요가 있다.


경제 외교가 우리들의 일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요즘 실감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통화스와프다.

미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이 없었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환율 급등과 주가 폭락은 더욱 가속화했을 것이다. 그러니 그 고마운 통화스와프가 어떤 것인지 잘 알아두는 게 도리다.

용어부터 뜯어보자. 통화는 돈이고, 스와프(swap)는 ‘교환’을 뜻한다. 다시 말해 통화스와프는 서로 돈을 교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달러를 가진 사람과 원화를 가진 사람이 서로의 달러와 원화를 맞교환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서로 정한 기간이 지난 뒤에 원래 상태로 다시 바꾼다. 통화스와프는 개인간에 일어날 수 있지만, 기관간 혹은 국가간에도 이뤄질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굳이 통화스와프 거래를 할까? 달러가 필요하다면 한국은행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사면 될 것 아닌가?

그 이유는 돈을 주고도 못 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전쟁이 날 게 확실하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가장 손에 쥐고 싶은가? 달러일 것이다.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세계 지도자들이 코로나 사태를 전시에 비유하는 이때 세계 어디서나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치솟는다. 달러의 값, 다시 말해 달러 환율이 급등하게 된다.

나중엔 환율이 너무 올라 감당하기 힘들게 되고, 최악의 경우엔 원화를 아무리 싸들고 가도 달러를 못 구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달러가 없으니 대외 거래가 막히고, 달러대출을 끌어 쓴 기업들은 돈을 못 갚아 부도를 내게 된다. 1997년 외환위기 때가 바로 그랬다.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한데도 단순히 달러가 없다는 이유로 위기에 상설 통화스왑 봉착한다면 더욱 억울하다. 자국의 통화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결제통화가 아닌 나라의 ‘원죄(原罪)’라 할 수 있다.

외환위기 당시 우리는 최후의 수단인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렸다. 그래서 달러를 구할 순 있었지만, IMF로부터 가혹할 정도의 통제와 간섭을 받아야 했고 국가 이미지가 손상됐다. 물론 대부분의 나라는 이런 경우에 대비해 외환보유액을 쌓아두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을 많이 쌓았고 지금은 4000억달러가 넘는다. 비상시에 이걸 민간에 풀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많아도 사람들이 불안해서 마구 달러를 사재기한다면 끝이 없다. 또 외환보유액이 줄어들면 그 사실만으로 불안감이 증폭되는 부작용도 있다. 통화스와프는 이런 경우를 대비한 이중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글로벌 금융안전망의 하나로 꼽는다.

이번에 미국과 체결한 통화스와프 계약의 규모는 600억달러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300억달러의 두배다. 기간은 6개월이지만 상황에 따라 연장할 수 있다. 이 금액 내에서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로부터 언제든 필요할 때 달러를 빌려 쓸 수 있다. 마이너스 통장과 비슷하다.

그리고 빌리는 시점의 환율로 계산해 그에 상당한 원화를 담보 조로 미국에 준다. 물론 나중에 달러를 돌려주면 담보로 제공했던 원화를 돌려받게 된다. 아무 대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달러를 빌려 쓴 기간에 따라 달러로 이자를 내야 한다.

600억달러가 한도지만 꼭 다 써야 하는 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한도 300억달러 중 164억달러를 가져다 썼다. 한국은행은 이번에 1차로 120억달러를 2일 시중에 공급할 예정이다. 은행들에게 필요한 금액과 필요한 금리를 써내라고 하는 입찰방식으로 공급한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우리가 미국에 사정사정해서 어렵게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다. 이번엔 미국이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번에 한국·브라질·멕시코 등 9개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다. 미국은 달러가 지나치게 올라 미국과 긴밀히 연결된 이 국가들의 경제를 강타하면 결국 그 여파가 미국으로 부메랑처럼 돌아올 것을 우려한 것이다.

우리가 위기 때마다 달러 걱정을 덜하려면 경제 체질을 더욱 튼튼하게 해야 하는 것은 물론, 국제금융시장에서 원화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 또 미국과 무역·금융 등 모든 부문에서 연계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통화스와프 계약을 매번 새로 맺는 게 아니라 상설로 맺어놓는다면 좋을 것이다. 미국은 유럽·일본·영국·캐나다·스위스 중앙은행과는 상설 통화스와프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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